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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작가회의 시평- 봄날이 간다.

작성일 23-12-07

본문

봄날이 간다 

                                     부산작가회의 김 점 미 

 

  3월이 다 갔다작년에 이어 올해도 대한민국의 3월은 참담하다꽃이 만발하였으나 꽃의 향기는 간데없고 자유롭게 꽃술을 유영하는 나비의 평화로움은 느껴지지 않는다새봄의 기운이 희망을 끌어올렸던 우리들의 그 찬란하던 3월은 어디로 가버렸는가이 억울하고 분통 터지고 피가 거꾸로 솟는 참담함을 지금이 21세기의 민주 대한민국에서 또다시 겪어야 하는가? 

  

  목숨을 걸고 대한독립을 외쳤던 삼일절 기념식에서 소위 대한민국 대통령이란 사람이 발표한 기념사는 결국 일제 강점기의 역사를 스스로 왜곡하고 제국주의 일본에게 침약의 면죄부를 제공하는 매국적 강제 동원 해법의 공식화였다피해자가 다른 피해자에게 가해자의 죄값을 변상하라는 어처구니없는 법인 3자 변제 방안을 우리 정부가 우리 국민에게 요구하는 우스운 꼴을 자행하는 정부의 국민인 것이 억울하고 분통 터지고 부끄럽기까지 한 3월이었다. 

 

  3월 11토요일 오후 5. 

  시청 앞 8번 출구 거리에서 열린 촛불 행진에 참여했다내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많은 사람이 모여 질서정연하게 자리 잡고 있었고대형 모니터 앞 주최 측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매국적 강제 동원 해법과 굴욕적인 외교정책과 무책임하고 무능하기 짝이 없었던 그간의 국정운영에 대한 민주시민의 규탄이 이어지고 있었다나와 지인도 그들 틈에 자리 잡았다서울 집회는 처음이었지만 이미 늘 함께 한 듯한 친숙함이 느껴졌고 연배가 비슷하거나 더 많아 보이는 분들이 많아 약간 놀랐다하기야 해방 후 일제 강점기의 과거를 제대로 청산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역사 왜곡을 일삼는 일본에 납작 엎드린 한심한(?) 대통령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어떻게 그냥 봐줄 수 있겠는가. 

  함께 귀 기울이고함께 소리치고노래 부르면서 그동안 속에 차 있던 억울함이 쏟아져 나왔다혼자가 아니라는 안도감과 함께 가슴 속 깊은 울먹임이 치밀었다. 40여 년 전군부 독재를 규탄하며 민주화를 위해 얼마나 많은 청춘이 목숨을 바쳤던가그 어둡고 긴 터널의 청춘기를 지나온 80년대의 기억이 오버랩되며 내 목도 점점 쉬어갔다어떻게 이룬 민주화이고 현대사인데 감히국민의 권리를 잠시 대행할 뿐인 대통령이 주권자인 국민의 의사를 무시한 채 자기 멋대로 행사한단 말인가국민을 이렇게 불편하고 화나고 억울하게 만드는 사람이 대통령 자격이 있나이 21세기 발전된 대한민국에서 자격 미달인 대통령 때문에 왜 또다시 국민은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는가이 모든 현실이 너무 가슴 아프고 억울하고 분노가 일며 미래가 막막하게 느껴졌다자식이 없는 나도 이리 참담한데 자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자기 아이들이 살아갈 나라는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싶지 않을까? 

  

  작년 3선거가 끝난 후 류근 시인이 당시 상황을 통탄하며 썼던 글이 생각난다. 

  

  “이제 검사가 나라에서 몇년 살아본다어떤 나라가 되는지 경험해 본다어떤 범죄가 살고 어떤 범죄가 죽는지 지켜본다보수를 참칭하는 자들이 권력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지켜본다나라가 어떻게 위태로워지는지 지켜본다청년과 여성과 노인이 얼마나 괴로워지는지 지켜보자가난한 사람들이 어떻게 더 가난해지는지 지켜보자... 괜찮다안 죽는다권력보다 백성과 역사가 훨씬 오래 살아남는다권력은 죽어도 백성은 살고나라는 망해도 백성은 살아남는다검사 엘리트들이 지배하는 나라 재미있게 즐겨보자군인과 얼마나 다른지 즐겨보자.” 

  

  1970년 12월 7일 바르샤바 유대인 봉기 희생자 추모비 앞에서 나치 독일이 자행한 만행에 대해 무릎을 꿇고 사죄한 독일 수상 빌리 브란트에 이어 독일 연방 수상들은 계속해서 과거 역사에 대해 사죄하고 배상하고 있다과거 청산 없이는 미래의 발전적 관계를 이루기는 어렵다독일은 최선을 다해 과거 역사를 사죄하고 반성하면서 미래를 이어가고 있다그러나 일본 정부는 반성은 고사하고 우리나라에 진정 어린 사과 한번 없었다오히려 지금껏 없었던 친일 정부를 등에 엎고 마음대로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이런 상황이 어떻게 발전적인 한일관계가 될 수 있단 말인가어떻게 파트너가 될 수 있겠는가? 

  


  울분의 3월이 지나간다봄날이 간다그래도 다시 새봄이 올 것이고 다시 우리의 아름다운 풀뿌리 대한민국이 싹을 틔울 것이다봄은 내면의 힘을 키워 무성한 여름을 키워낸다그게 바로 우리들의 힘 아닐까진영이 아닌 한민족의 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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