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대 부산작가회의 회장 취임사
작성일 23-04-27본문
제10대 부산작가회의 회장 취임사 중국의 한고조 사후에 여태후의 수렴청정을 거치고 변방에 있던 한고조의 넷째 아들 유항이 왕위에 오릅니다. 유항도 왕좌의 자리와는 거리가 있는 변방에 물러나 있었고 저도 지금 일찌감치 공직에서 물러나 변방으로 은둔해 있습니다. 저도 유항처럼 그리 특별한 사람도 아니고 그리고 잘난 사람도 아닙니다. 그리고 문학적 성과도 뚜렷한 사람도 아닙니다. 제 앞가림만 열심히 하고 공부하고 글 쓰면서 살고있는 평범한 문인일 뿐입니다. 작년에 고향으로 낙향한 까닭도 제 앞가림이나 하면서 살아가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올해 부산작가회의 전형위원회에서 저를 회장으로 추천한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제 개인적 사정으로는 사임을 표명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회원님들과 전형위원님들의 중지를 거절하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니라 생각하고 수락하게 되었습니다. 부산작가회의를 대표하는 회장은 누구나 회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에 어떤 분이 부산작가회의 회장직을 맡을지 모르겠지만 전형위원회에서 위촉하는 분이면 그 소임을 흔쾌히 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회원의 책무이면서 동시에 의무이기도 합니다. 부산작가회의 회장은 회원뿐만 아니라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그 봉사의 자리에 호명되었을 때는 누구든지 그 소임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간에 사정들이야 다 있고 다들 바쁘시겠지만 추대의 미덕으로 회장을 선출하는 부산작가회의의 정신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2년 동안 전임 회장님께서 쌓아온 업적을 바탕으로 좀 더 새로운 통합의 장을 열어가겠습니다. 한나라 초기에 왕이 된 유항은 혼자의 힘으로 한나라의 문화를 반석에 올린 것이 아니었습니다. 유항의 곁에는 수많은 식객들이 있었습니다. 한나라 문화를 일으킨 유항은 사후에 문제라는 시호가 주어졌습니다. 문제의 치적은 유항과 그를 따르는 식객이 이룬 것입니다. 부산작가회의도 특정 사람의 단체가 아니고 특정 사람들만 중심이 된 단체가 아닙니다. 시인 159명 소설가 70명 평론가 36명 희곡 3명 아동문학가 3명 전체 271명의 힘이 모여 만들어가는 단체입니다. 지역사회와 문학의 발전을 위해서는 안으로는 회원들 사이의 친목과 화합이 필요하며 바깥으로는 지역사회를 위해 함께 실천하는 행동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올해는 지금까지 해왔던 활동을 그대로 진행하면서 부마항쟁과 부산작가회의의 관련성을 살펴보고 부산 민주화 정신을 계승하는 방안을 모색해 보겠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부산의 각 단체와 연대하고 필요한 재원은 지자체와 협의하도록 하겠습니다. 올해의 성과를 바탕으로 내년에는 제주 4.3, 대구 10월 항쟁, 여순 사건, 광주 오월문학제와 교류하는 방안을 마련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런 일들을 하기 위해서는 회원 여러분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회원 각 개인의 문학적 역량을 가꾸어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문학 단체에 소속된 문인으로서의 사회적 참여도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문학이란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예술입니다. 개인의 삶뿐만 아니라 이웃의 삶도 아름답게 만들어가는 부산작가회의가 되도록 함께 노력했으면 합니다. 제가 회장의 소임을 맡아서 일하는 동안에 부산작가회의 회원님들이 더 좋은 문학의 향기를 향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아직 공부가 부족한 사람을 회장으로 추천해주신 전형위원님들께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로 인사를 대신합니다. 감사합니다. 2020년 2월 11일 사) 한국작가회의 부산지회장 황선열 모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