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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작가회의 시평 에세이1 - "8년 전 부고(訃告)"

작성일 23-04-27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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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전 부고(訃告)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며
                                                                                                                                   
  부고(訃告)가 왔다. 사십여 년 만에 다시 만나게 된 친구의 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는 내용이었다.  장례 기간과 함께 장지 정보가 첨부된 안내문이 간결하다 못해 단출하게 전송돼왔다. 마음을 전하기 위해 은행 앱을 열고 마음을 전할 수 있는 만큼의 액수를 보냈다. 단출한 안내문 덕분인지 위로의 마음은 빛의 속도로 날아갔다.

  8년 전에도 부고가 왔었다. 그 부고는 누구도 모를 수 없을 만큼 긴 시간 동안 안내되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매체가 몇 날 며칠 부고를 전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화면 너머의 상황을 보며 왜 부고여야만 하는지 이해할 수 없어 가슴이 저렸다.

  8년 전 부고에 마음을 전하지 못해 8년 동안 마음이 아팠다. 그러나 온 나라를 슬픔에 몰아넣었던 그 부고는 어느 순간 언론에서 사라졌다. 몇 날 며칠 안타까운 부고를 전하던 매체들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서서히 입을 닫았고, 이젠 없었던 일이 되길 바라듯 조용하다.
  부고에는 망자의 이름 장례 기간과 장지 정보뿐 아니라 마음을 전할 곳이 명시되어 있어야 한다. 아니, 안내문은 간결하다 못해 단출할망정 마음을 전할 방법이라도 알려 줘야 한다. 부고를 전해들은 우리가 마음을 전할 방법을 몰라 안타까워하는 동안 부고를 알리던 매체들은 제 몫의 일을 다 했다는 듯 뻔뻔하게 침묵 중이다.

  사십여 년 만에 만난 친구는 내가 잊었던 기억을 건져 올려 전해주었다. 중학생이었던 나는 당돌하게도 그 친구에게 절교를 선언했고, 이후 우리는 단 한 번도 만나지 않았다는 거였다. 친구는 그때의 외로움을 담담하게 전했고 나는 울었다. 부끄러웠다. 그때를 그렇게 잊고 살다니. 친구가 보낸 시간에 대한 나의 미안함은 말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언젠가 어느 지면을 빌려 그 친구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했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잊음에 대한 사과를 다 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친구를 대하는 나의 마음은 늘 미안함이었다. 그렇게라도 그 잊음에 대한 나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서였다.

  잊는다는 것은 기억하지 못하거나 기억해 내지 못하는 것, 잊힌다는 것은 기억이나 생각에서 사라지는 것이라 한다. 둘 다 기억으로부터 멀어지는 것이겠지만 우리는 8년 전 부고를 잊은 것인지 잊히게 내버려 둔 것은 아닌지 되짚어 봐야 한다.
  8년 전 부고를 전하던 매체들의 침묵으로 그 기억을 잊었다 하더라도, 그들의 임무 방기가 우리에게 그 부고를 잊히게 했더라도 우리는 기억을 건져 올리고 다독이고 마음을 전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왜냐하면, 그것이 사람다운 방법으로 마음을 전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간결하다 못해 단출할지라도 마음을 전할 방법이 기제 된 부고 안내문이 고마운 것은 8년 전 부고에 마음을 전할 방법을 몰라 여전히 마음이 아프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음을 전할 방법을 알 때까지 잊어서도, 잊혀서도 안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부산작가회의 임회숙.


  * '부산작가회의 시평에세이'코너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자유로운 형식으로 회원분 중 누구나 참여 할 수 있습니다.

같이 시대를 고민하고, 진실과 밝은 빛을 추구하는 작은 깃발이라 생각하시고,

마음의 깃발을 꺼내어 흔드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단, 일관성을 위해 형식을 제한합니다.  

- 회수: 월 1회(년10회)
- 분량: 200자 원고지 10매 내외(A4 한 장 내외)
- 내용: 사회적 이슈가 되거나 역사적, 지구적, 우주적 의미를 고찰한 내용


* 죄송하지만 원고료는 드리지 못합니다.

   참여 하실 분은 사무국으로 연락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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