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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회 부산작가상 수상자(2023년)

페이지 정보

수상작품
안지숙, 『스위핑홀』(걷는사람)
심사위원명
강동수, 정우련
등록일
24-02-12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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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지숙 소설가 약력 

2005년 단편 바리의 세월」 신라문학상 수상 등단소설집 내게 없는 미홍의 밝음장편소설 데린쿠유우주 끝에서 만나스위핑홀앤솔러지 모자이크부산』 『그녀들의 조선 


세종도서 문학나눔아르코문학창작기금지원사업우수출판콘텐츠 제작지원사업요산김정한문학창작지원금 수혜. 


 

∙ 소설 부문 

 

한국문학그중에서도 소설 문학의 장이 적막해졌다는 자성과 안타까움의 목소리가 들려온 것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부산을 주요 활동 기반으로 하는 부산작가회의 소속 소설가들도 이런 문제의식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닐 것이다이런 무거운 화두를 안고 심사에 임했다. 

심사대상에 오른 작품은 장편 2편과 소설집 6권 등 모두 8권이었다부산작가상은 작가 개인적으로는 오랜 시간 치열하게 문학과 대면하면서 이루어낸 소중한 문학적 결실을 평가받는 기회이기도 하고 부산 소설작단으로선 한해의 수확을 결산하는 자리이기도 하다선자들은 책임감을 가지고 심사 대상작들을 숙독했다. 

작품 모두 제 각기의 개성과 창의성오랜 고민과 숙고의 흔적을 지니고 있어서 선뜻 한 작품을 고르기가 쉽지 않았다이것은 다르게 말하면각기 장점과 아쉬운 대목을 함께 가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선자들은 개별 작품에 대한 토론에 앞서안정되고 단정하며 소설의 기본 서사구조를 가진 작품을 우선하느냐새로운 창의성과 서술 기법으로 기존의 틀을 깨려고 시도한 작품에 가점을 주느냐는 심사기준을 두고 의견을 나누었다부산 소설 문학계가 요산 선생 이래 정통적 리얼리즘에서 주목할 만한 성취를 이룬 점은 한국 문학계 안팎이 공인하는 바이지만이제는 새로운 창작기법과 상상력을 통한 21세기적 문학의 지평을 여는 데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 일치를 보았다. 

이런 점에서 선자들은 논의 끝에 안지숙 작가의 <스위핑 홀>을 수상작으로 최종선정했다이 작품은 시대의 트렌드인 디지털 게임의 서사 기법을 소설의 영역으로 끌어들였다는 측면에서 한국소설의 표현양식을 확장하고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신화와 판타지적 요소가 적절히 배합되면서 새로운 상상력을 선보인 점도 이채로웠다소설적 감각이나 문장도 비교적 젊은 편이었다그런 점을 종합하면 이 작품이 21세기 한국그리고 지역 소설 문학의 다양성에 보탬이 될 것으로 우리는 판단했다문학이 지향해야 할 가치 중의 하나는 우리 사는 세상의 잡화엄식(雜華嚴飾), 다시 말해 화엄의 꽃밭으로 꾸미는 것이어야 하겠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쉬운 대목이 없는 것은 아니다이런 유형의 소설에서 키치적 요소를 아예 없앨 수도 없고 반드시 외면해야 할 필요도 없지만 적절하게 통제되지 않으면 소설의 품격을 떨어트릴 빌미로 작용할 수 있다선과 악의 대립징치되지 않은 악에의 개인적 응징이 과연 정의인가 하는 고전적 주제를 좀 더 보편적 관점에서 풀어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심사 대상작 중 현실의 모순에 대한 핍진한 고발이나 안정되고 미학적 문체를 가진 작품이 눈에 띄었음에도 이 작품을 선정한 것은 부산 작단에 새로움과 다양성의 미덕을 설파하고 싶은 선자들의 욕심으로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 

수상작가에게 축하와 정진을 당부드리고뛰어난 역량에도 선에 들지 못한 작품들에게도 애석함을 전한다. 

 

 


심사위원소설가 강동수 · 소설가 정우련 


 



□ 수상 소감 

∙ 소설 부문 안지숙 소설가 

 

며칠 전 작가회의 사무처장이 전화해서 특유의 장난기 어린 말로 500만 원 용돈을 주겠다고 했을 때저는 그 농담이 부산작가상에 선정됐다는 말의 우회적인 표현이라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습니다올해 제가 부산작가상을 받을 거란 생각을 전혀 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못나게 처진 마음은 아마 지난 1년 사이에 제게 일어났던 일과 무관치 않을 겁니다저는 이번 작가상의 선정작인 스위핑홀을 쓰고 나서 득의에 차서 큰소리쳤습니다이 책으로 내가 건물 하나를 지어 올리지는 못하겠지만재미있더라는 소리는 겁나게 많이 들을 거다그랬습니다. 

그랬는데 반응이 없었습니다책이 팔리지도 않았고책을 기증한 친구들과 작가들한테서 책 잘 읽었다는 답신 하나 받지 못했습니다저는 실의에 빠졌고지인들에게 나는 더 이상 소설을 쓰지 않을란다.” 헛소리를 해댔습니다그러니까 부산작가상에 선정됐습니다.”라는 워딩이 전화기를 통해 흘러왔을 때 저는 소설네가 뭔데꺼져버려!”를 구시렁거리는 상태였던 겁니다. 

여기까지 실컷 엄살을 떨고 나니 전화를 받은 직후 내게 밀려왔던 묘하게 슬픈 마음울컥하던 뜨거운 기운의 정체가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 것도 같습니다스스로 깨닫고 싶은 마음의 의지인지도 모르겠습니다어쩐지 슬프고 과하게 울컥해지던 마음은 내가 소설을 잃어버리고 있었기 때문은 아닐까내가 놓아버린 뜨겁고 붉었던 마음을 부산작가상의 이름으로 돌려받았기 때문은 아닐까 



시간이 좀 더 지나면 뭔가에 삐져서 저만치 멀어져 있던 설렘이 슬금슬금 제게 다가올지도 모르겠습니다그런 연후에 가슴은 조금 더 세게 뛸 것이고내 삶이 문학이 되는 소설의 씨앗이 몸속으로 들어오겠지요저 자신을 되돌아보게 도와주신 부산작가회의와 스위핑홀을 선정해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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