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회 부산작가상 수상자(2021년)
페이지 정보
- 수상작품
- 소설부문 : 임성용 소설가 <기록자들> (걷는사람 2021.1)
- 심사위원명
- 정우련, 박명호
- 등록일
- 23-05-05
본문
□ 임성용 소설가 약력
∙2018 ≪부산일보≫ 신춘문예 「맹순이 바당」으로 등단
∙2018~2019 부산작가회의 사무국장 역임
∙2020 제12회 현진건문학상 「지하생활자」 추천작 선정
∙ 소설집 <기록자들>(걷는사람 2021)
□ 심사평
∙ 소설 부문
제21회 부산작가상 후보에 오른 4권의 창작집은 오미자처럼 여러 가지 맛이 섞여 단편소설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게다가 이 어려운 시기를 서성대지 않고 오롯이 작업에 몰두한 작가들의 결과물이어서 더 없이 귀했다. 즐거운 심사독회 중에 타 문학상 수상 작가로 선정된 후보 작가의 작품집을 빼고 나자, 언뜻 심사가 만만해보였다. 하지만 막상 한 권의 책을 낙점해야하는 순간은 그리 만만치 않았다.
가족과 공동체에서 밀려난 사람들의 아픔을 통해서 그려내고 있는 ‘봄밤을...’ 등은 소설 속에서 사용한 소도구들을 주제로 밀고 가는 솜씨며 섬세하고 서정적인 문장 또한 아름다웠다. 비슷한 구성이나 인물에서 오는 평면성은 다소 아쉬움으로 지적되었다.
인간을 ‘먹고 싸고 차지하는 것 외에는 관심이 없는 실패한 생물’이고 ‘이 행성에서 가장 해로운 생명체가 인간’이란 말 따위를 능청스럽게 툭툭 내뱉는 임성용의 <기록자들>은 독특한 상상력과 날것의 발칙한 문장으로 독자를 긴장시킨다. 지하생활자로 대별되는 힘들게 살아가는 인물들을 통해 야만적인 지배 질서 속에서 어떻게 하면 새로운 대안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이 소설가에게서 한국 소설의 전통적 가치를 계승할 수 있는 희망을 엿볼 수 있었다. 그래서 세밀한 정서보다 다소 거칠지만 선이 굵은 서사나 주제에 손을 들어줬다. (박명호, 정우련)
□ 수상 소감
∙ 소설 부문 : 임성용
자주 길을 잃는다. 그럴 때는 묻는다.
너는 어디에서 왔지?
글쎄, 자궁. 그 이전에 미네랄. 그 이전에 캄브리아기. 그 이전에 햇빛, 열, 가스, 빅뱅. 그 이전은 상상되지 않는군. 그냥 난 빅뱅으로부터 왔다고 하지 뭐. 그런데, 그렇게 묻는 당신은 어디에서 왔지?
나? 난 좁고 길게 꼬인 네 머릿속에서 왔지. 길을 잃을 수밖에.
라고 대답이 돌아오면, 생활의 문단이 바뀐다.
그럴 때는 알람을 맞추고 달린다. 아침 여섯 시와 오후 여섯 시의 알람 사이에서, 오른편 왼편 팔을 흔들며 아파트를 생각할 때도 있다. 튼튼하고 안전하게 택배를 받을 수 있는, 흔해 빠졌지만 아무나 가질 수 없는. 그런 환상 속을 달리다 보면 환상적 현실과 현실적 환상 속에서, 나는 철근이 되기도 하고 콘크리트가 되기도 한다.
그럴 때는 그림자의 온도, 파스칼이 말 한 힘없는 정의와 정의 없는 힘, 가족, 사랑, 습관 등을 끄적거린다.
가끔은 길 가 품 넓은 느티나무 그늘에 쉬거나, 그 아래 감춰진 뿌리에 마음을 기댄다. 지금 내가 여기에, 이 모양으로 있을 수 있는 것은 그 그늘들 덕이 크다. 감사한 일이다.
농구가 도움이 된다. 무거운 몸으로 쿵쿵 뛰고 낮게 점프한다. 뒷걸음질 치며 부딪고, 가끔 스틸과 블락을 한다. ‘선생님, 농구가 하고 싶어요.’라며 울던 정대만을 이해하고, ‘당신의 전성기는 언제였나요? 저는 지금입니다.’라고 말하는 강백호*의 말에 여전히 피가 끓어 오른다.
검붉은 근육으로 영원처럼 허공을 떠 가서 덩크를 내리꽂는 마이클 조던처럼, 앞으로도 허공을 향해 자판을 두드리겠다. 그저 애쓸 뿐이다.
미욱한 작품을 뽑아주신 심사위원님들께 감사를 전합니다. 감사합니다.
언제나 제 편이 되어주는 6남매와 아내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감사합니다.
멋진 느티나무로 살다 가신 정태규 선생님께 감사를 전합니다. 감사합니다.
*“슬램덩크”라는 만화책의 주인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