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회 부산작가상 수상자(2023년)
페이지 정보
- 수상작품
- 강희철, 『무한한 사랑의 세계』(신생)
- 심사위원명
- 김남영, 전성욱
- 등록일
- 24-02-12
본문
□ 강희철 평론가 약력
∙ 2009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평론부문 등단, 평론집 ????무한한 사랑의 세계????.
□ 심사평
∙ 다원장르 부문
올해 부산작가회의 <부산작가상> 다원장르의 대상이 된 작품은 비평집, 강희철의 『무한한 사랑의 세계』, 양순주의 『문제제기로서의 문학』, 배옥주의 『언어의 가면』 이고, 희곡작품집으로 정정환의 『춤추는 소나무』, 그리고 서평집으로 정광모의 『작가의 드론 독서 4』, 이 다섯 편이 심사대상으로 선정되었다. 다원장르답게 이색적이고 다채로운 문장들이 행간을 가득 채운다.
강희철의 비평은 부산에서 활동하는 작가를 대상으로 지역문학의 보편성과 특수성을 타진한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지역이라는 시공간에서 무한의 사랑, 그것을 잠재성이라 여기고 분투하는 여정이 그의 동력이라 표현한다. 양순주의 비평은 도전적이며 자의식으로 충만하다. 그이의 비평은 문학이라는 대문자 속에서 삼켜야 했던 말을 복원하고 ‘문학하는 것(들)’이라는 모욕을 감당해야 했던 7년간의 시간을 ‘문제제기’라는 단어로 응축해낸다. 문제제기를 하였으니 이제 그 실천을 온전히 담아내는 가능성이 남아 더욱 기대감이 든다. 배옥주의 비평은 시인으로서 시를 읽고 시인이 가닿고자 하는 세계에 대한 탐색과 그 시적 도정을 함께 한다는 의미에서 매우 흥미로운 비평서이다. 비평서가 감당해야 할 이론의 하중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그이의 비평, 그 중심에는 생명이 지닌 생성, 변화의 감각이 자리하고 있다. 그 속살에 충만한 생명력이 비평의 가능성으로 다가온다.
부산작가회의는 기존의 비평에 대한 심사에 국한되지 않고 방계(傍系)를 넓혀 문학의 스펙트럼을 확장시킨다. 앞서 언급한 바대로 부산작가회의는 비평집 외에도 2편의 희곡작품집과 서평집을 심사대상으로 삼았다. 다원장르는 통념에 길든 문학의 범주를 가로지른다. 정경환의 희곡집은 공연을 전제로 한 글이기에 온전히 무대라는 시공간에 집중한다. 이야기를 창작하는 일을 기억을 회집하는 일이라 말하는 그의 희곡집은 근자에 무대가 사라지는 현실에서 작가의 고투를 엿볼 수 있는 보기 드문 창작집이다. 네 번째 서평집을 출간한 정광모는 자신의 서평이 ‘나를 위한 글이며 동시에 책을 위한 글’이라 말한다. 저자가 들인 마음의 깊이를 독파하면서 그의 삶의 무게를 견주는 과정이 공감으로 다가온다.
심사위원인 두 사람은 다섯 편의 작품을 읽으면서 과연 모두가 뛰어난 책이라 고평한다. 특히 지역문학에 국한되지 않고 문학의 편린들을 긁어모아 섬세한 언어로 그 깊이를 가늠하는 놀라운 사유에 경탄을 보낸다. 사적인 마음으로는 모두가 다원장르를 수상할 만한 역량이 가득한 작품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심사위원은 부산작가상의 취지에 좀 더 육박한 책을 올해의 다원장르 수상대상으로 선정하였다. 선정작은 강희철의 『무한한 사랑의 세계』이다.
이 평론집의 강점은 지역의 작가들에 대한 일관된 관심을 견지하면서 꼼꼼한 비평을 수행하였다는 점이다. 최근 비평의 문제로서 자주 지적되는 현학적인 글쓰기와도 이 비평집은 거리를 두고 있다. 나아가 난해한 이론을 가져와서 작품의 고유한 의의를 재단하거나 환원하지 않고 나름의 시각으로 진지한 논평을 이끌어내는 우직함과 소박함이 오히려 돋보인다. 문학의 과잉된 표현이 낳는 대중과의 괴리감을 억누르면서 작품 자체의 날것(형식)을 보여주는 거울로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는 점에서 두 심사위원은 입을 모았다. 특히 평론집 제목이 된 「무한한 사랑과 적대의 세계」는 문학의 자율성이라는 성채에서 자라는 작가의 자의식을 부수고 타자에게 온전히 바쳐지는 사랑이라는 하나의 기호에 어떻게 접근할 수 있는가를 도전적으로 질문한다. 사랑과 적대의 간극 사이를 오가는 평론가의 고투가 사랑마저도 상품화되는 자본주의 시대에 지역문학과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비평이 독자와 멀어지고 있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독자는 입을 모아 비평이 더 어렵다고 한다. 독자와의 대화는 벼랑에서 밀려 그것이 우연적이라 말하고 비평은 그런 독자를 위무하지 못한다. 작품은 교훈만을 말하지 않는다. 교훈이 비켜나간 자리, 답습되지 않는 사랑이 사랑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타진하는 것은 온전히 비평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비평의 이 복수성이 독자에게 즐거움이 될 수 있기를 고대한다. 강희철은 그의 말대로 그의 비평이 독자로서의 감상을 접고, 더 큰 질문으로 독자들이 우회하기를, 그리고 예리한 언어적 감각으로 우리를 그곳으로 안내하기를 기대해 본다.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심사위원/ 문학평론가 김남영 · 문학평론가 전성욱
□ 수상 소감
∙ 다원장르 부문 : 강희철 평론가
저는 오늘의 상처럼 누적된 결과들을 지켜보면서, 빈 것으로만 보이던 젊은 시절의 이력들이 채워져 가는 것을 신기하게 지켜보게 됩니다. 명예스러운 일도 많지만, 살면서 치욕스럽거나 허망한 일들도 많았습니다. 모두가 다 그런 인생을 살고 있는 와중에 더 특별히 제가 축복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글로 시작되고 글로 마무리되는 되는 일이 전보다 많아졌다는 점입니다. 그렇게 앞으로도 마주하는 것이 글이고, 이러한 삶을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언제나 많은 영감을 주시는 선후배 작가님들에게, 그리고 무한한 사랑의 깊이를 알게 해준 가족들에게 이 상을 받게 된 감사함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