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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회 부산작가상 시 부문 수상자(2024년)

페이지 정보

수상작품
김형로 『숨비기 그늘』
심사위원명
신진, 정진경
등록일
24-11-29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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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로 시인 약력


1958년 경남 창원 생
2018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당선
제9회 제주 4.3평화문학상 수상
시집: 『미륵을 묻다』 『숨비기 그늘』


*심사평

 

   꽉 다문 입으로 몸을 뒤튼 굴비들의 삶을 조명


  다른 해보다 시집이 풍성하였다지난 1년 동안 발간된 시집은 총 24이미 문학상을 받는 것등단 25년이 지난 시인의 것 그리고 현재 회장을 역임하고 있는 분의 것을 제외하고 9권을 심사하였다일정한 수준에 오른 시집들이 많아 심사위원들은 기분이 좋았으나 우열을 가리는 데는 그것이 오히려 고통이 되었다장르나 개성이 다른 시집들의 우위를 가려 한 권만을 선정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몇 가지 기준에 부합한 시집을 찾기로 했다시인으로서의 시적 정체성과 진정성이 있는지장르의 특성에 따른 미학적 적절성과 일관성이 있는지작가회의 회원으로서의 정체성은 있는지 등을 따져보면서 지역 시인들이나 독자와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시집을 찾았다.

  여러 가지 측면을 살펴본 결과 두 심사위원의 의견이 일치된 시집은 두 권이었다최종심에 오른 두 시집이 전혀 다른 경향의 시라서 고심은 했지만 우리는 김형로 시인의 시집숨비기 그늘을 선정하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다.

  김형로 시인의 시집숨비기 그늘국가폭력에 희생된 사람들과 그 넋을 위무하는 데 초점을”(표사맞추고 있다.  김형로 시인은 사회·역사적인 상황에서 불거지는 일상의 유연한 사상을 광맥 찾듯이 발굴하고 있으며 우연하고 본능적인 서사나 민초의 힘을 알레고리로 표현하고 있다인간에 대한 짙은 연민과 애정이 튼튼한 뿌리를 갈망하는 국가에 대한 염려로 나아가고 있다. “꽉 다문 입으로 몸을 뒤튼 굴비”(굴비)역사적 혼란 속에 희생된 민초는 죽은 게 아니라 우리 속에서 자거나 꿈꾸고 있음”(숨비기 그늘)을 일깨워주는 시집이다반복적으로 표류하는 역사적 현실에서 그의 언어들은 백성의 끈질긴 생명성을 환기하는 촛불이자 소중한 민초의 기록이다역사가 왜곡되고 외면받는 현실에서 이러한 문제의식을 일관성 있게 탐구한 시집은 흔치 않다.

  그의 시가 리얼리즘 계열의 서정시인 만큼 심미적 한계가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하지만 일부 시들에서 보여준 미학적 표현과 감수성사물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우리는 그의 시적 능력이 폭넓게 작동할 가능성으로 보았다김형로 시인에게 축하의 말을 전한다또한 이번 선정에서는 제외된 다른 시인들에게도 위로와 격려의 말을 전한다풍성한 시단의 열매를 차려놓은 그들 모두에게 박수를 보낸다.

 

                                                         심사위원신진 시인, ·정진경 시인



*수상 소감



   상(賞). 작가가 되려면 거쳐야하는 통과의례지요. 문예지든 신문사든 모두 상을 주며 신인을 배출하니까요. 왜 문학은 상에서 출발하는지 그게 늘 궁금했습니다만, 어쨌든 신문 신년호에 이름을 올리며 저도 문학이라는 길에 오르게 됐습니다. 하루로 치면 오후 세시쯤의 등단이었다고 할까요.

  서면의 어느 술집에서 부산작가상 수상 통보를 받았습니다. 상이 그렇듯 통보를 받는 순간  기뻤습니다. 근데 이 상은 다른 상과는 느낌이 좀 다르더군요. 잠시 기뻤다 곧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누가 상을 받아도 이상할 것 없는 기라성 같은 선후배님의 면면이 떠올랐기 때문이지요. 경쟁했던 동료에게 미안한 상, 그러나 동료들이 주는 상인만큼      어느 상보다 더 힘이 되고 격려가 되는 상. 부산작가상은 그런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번 시집 『숨비기 그늘』은 우리 현대사에서 ‘권력’에 의해 희생된 분들에 대한 제 나름의 위로였습니다. 주로 국가권력에 대한 시를 많이 포함했지만 제가 바라보는 문학적 지점은 ‘힘’입니다. 제가 말하는 ‘힘’은 때로는 권력으로, 때로는 기득권이라는 말로 불리고 있지요.

   힘을 가진 자는 늘 경계를 해야 합니다. 힘의 남용 말입니다. 그러나 이를 경계하지 않고 힘에 대한 도전만 경계하는 사람을 우리는 독재자라고 부릅니다.

  저는 제가 물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만두면 움직임도 없는 고요한 수평지향. 하지만 지금은 배를 뒤집는 물을 생각합니다. 늘 양극단을 오갑니다. 꽃을 보는 하루가 있는가 하면 주먹을 불끈 쥘 수밖에 없는 하루를 보내기도 합니다.


   함께 길을 가는 동지들께서 주신 상을 받으며 다시 신발끈을 고쳐매겠습니다. 그리고 부족한 제 졸시집의 손을 잡아주신 신진, 정진경 선생님께 따신 고봉밥같은 마음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더욱 정진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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