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회 부산작가상 수상자(2022년)
페이지 정보
- 수상작품
- 조말선, <이해할 수 없는 점이 마음에 듭니다>(문학동네)
- 심사위원명
- 조성래, 노혜경
- 등록일
- 24-02-12
본문
□ 조말선 시인 약력
∙1998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현대시학 등단.
시집 『매우 가벼운 담론』, 『둥근 발작』, 『재스민향기는 어두운 두 개의 콧구멍을 지나서 탄생했다』, 『이해할 수 없는 점이 마음에 듭니다』가 있다.
현대시 동인상, 현대시학 작품상, 사이펀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 심사평
∙ 시 부문
본 심사 대상에 오른 시집은 총 9권이었다. 시집들이 보여주는 성향은 대체로 두 가지였다. 한쪽은 너무 평범한 일상적 세계이고, 다른 한쪽은 매우 낯선 색다른 영역이었다. 동시대의 시인들이 보여주는 시 세계가 이처럼 상반적일 수 있다는 점에 새삼 놀랐다.
최종적으로 남은 두 권의 시집을 놓고 심사숙고한 끝에, 조말선의 시집 <이해할 수 없는 점이 마음에 듭니다>를 수상작으로 뽑았다. 약간 불편한 점이 있음에도 이 시집은 새로운 영역을 탐구하려는 일관된 시 정신이 치열하고, 작품들의 질적 수준도 고른 편이었다.
조말선의 시는 한결같이 우리 시가 도달할 수 있는 극단적 일면을 보여준다. 반복과 부정으로 극대화된 진술들은 기존 개념을 무너뜨리면서 새로운 무엇을 집요하게 창출한다. 빠르게 읽히는 문맥 사이에서 끊임없이 변이하고 생성하는 의미들은 도발적 언어유희의 즐거움을 안겨주는 동시에 우리가 미처 체험하지 못한 낯설고 이상한 지점으로 끌고 가기도 한다. 가끔 주체와 객체가 전도된 색다른 관계를 보여주는가 하면 어느 순간엔 둘이 모두 지워지는 황당함에 맞닥뜨리게도 한다. 나아가 시인은 기존 체계를 무너뜨리기 위해 비문(非文)도 불사하는 모험까지 감행한다.
이처럼 색다른 것을 시도하여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하는 독창성은 시인으로서의 특권이고 바람직한 태도이다. 그러나 조말선의 시집을 선정하고서도 좀더 숙고를 한 다른 이유가 있다. ‘작가회의’는 ‘자유실천문인협회’가 모태인 문인단체다. 문학의 실천이냐 실천의 문학이냐를 오랫동안 고뇌해온 단체의 후신인 것이다. 그러므로 작가상을 준다는 것은 이 아슬한 경계면을 치열하게 다투어온 작가에게 상을 준다는 뜻일 터,
독자와 소통이 어려운 난해함이나, 새로운 개념을 생성하기 위해 현실 세계를 지나치게 부정하는 것은 한 번쯤 성찰해 볼 대목이라 본다. ‘이해할 수 없는 부분’까지도 간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시이고, 우리가 현실 속에서 공유해야 할 지속적 가치가 없다면 시도 설 자리를 잃을 터이기 때문이다.
조말선의 시가 ‘문학의 실천’의 한 정점에 도달했다는 점엔 이의 없지만, 대중적 공감을 획득할 ‘실천의 문학’이라는 점은 어떠한가. 우리는 21세기 문학 독자의 높은 감식안에 기대어 조말선의 성취가 새로운 실천의 문학임을 기대해보고자 한다.
- 심사위원/ 시인 조성래 · 시인 노혜경
□ 수상 소감
∙ 시 부문 : 조말선 시인
시를 쓸 때만 시인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10년 만에 시집을 묶고 시인이라고 하려니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3번째 시집과 이번 시집 사이의 공백은 오롯이 시적 고뇌의 순간만은 아니었습니다. 시에게는 텅 빈 시간 이었습니다. 시인은 시인 노릇을 못해서 미뤄놓은 숙제에 어깨가 처지곤 했습니다.
그런 공백을 시인이라는 이름으로 시집을 묶었다는 사실로 메우는 것은 얄팍한 변명 같습니다. 아주 멀어지기 전에 안개 속으로 지워져 가는 뒷모습만이라도 붙잡는 심정을 들어준 시가 고맙습니다. 제발 먼저 가서 시를 기다리는 시인이 되려고 합니다. 함께 고투하는 작가회의 동료들께서 주시는 상이라 많이 따뜻하고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