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회 부산작가상 수상자(2022년)
페이지 정보
- 수상작품
- <호텔 해운대>(창비)
- 심사위원명
- 이상섭, 김경연
- 등록일
- 24-02-12
본문
□ 오선영 소설가 약력
∙1981년 서울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자랐다. 2013년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모두의 내력>, <호텔 해운대>, 산문집 <나의 다정하고 씩씩한 책장> 등이 있다.
제9회 평사리토지문학상, 제10회 요산김정한창작지원금을 받았다.
□ 심사평
∙ 소설 부문
올해 부산작가상 소설 부문 최종 후보작에는 김민혜의『기억의 바깥』, 김지현의『파브리카』, 신호철의『원 그리기』, 오선영의『호텔 해운대』, 이인규의『심판의 날』이 올랐다. 온전히 헤아릴 수 없는 마음들을 탐문하고 기억이 놓친 망각의 더미들을 탐사하면서 삶의 이면을 천착해간『기억의 바깥』이나, 병리적인 현실과 얽히고설킨 관계들 속에서 치명적인 내상을 입은 자들의 고통을 재현하는데 진력한『원 그리기』는 무엇보다 삶에 대한 묵직한 성찰이 돋보이는 작품집이었다. 추리서사의 형식을 빌려 우리사회에 만연한 비리와 폭력을 적발한『심판의 날』은 사회학적 상상력이 특히 인상적이었고, 갈등과 화해로 이어지는 가족서사부터 혐오사회가 낙인찍고 폐제한 자들의 분투기까지 다채롭게 펼쳐낸『파브리카』는 더불어 SF라는 새로운 서사적 실험을 시도해 이채롭기도 했다. 생에 대한 치열한 성찰과 현실에 대한 예리한 응시를 낯익으면서도 낯선 형식 속에 담아낸 이들 작품집 모두 충분한 문학적 성취를 거둔 것이기에 수상작을 선정하는 작업은 녹록치 않았으나, 숙고 끝에 심사위원들은 오선영의『호텔 해운대』를 올해 부산작가상 소설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호텔 해운대』는 지역 감수성이 관철된 예외적인 작품집이다. 수록된 일곱 편의 소설 대부분은 ‘부산’을 배경으로 하고 ‘부산’ 혹은 ‘지역’을 의식적으로 묘사하려는 의지가 역력하다. 작가는 관광객의 시선이 아닌 토박이의 시선으로 ‘삶터’로서의 부산/지역을 살아가는 이들의 신산한 현실을 포착하고 핍진하게 재현한다. 외지인들이 낭만적으로 향유하는 화려한 휴양지 해운대/지역이 아닌 ‘지방청년의 삶터’로서의 해운대/지역을 부조하는 오선영의 소설은 그러니 낯익으면서도 낯설고 익숙하면서도 불편하다. 그러나 오선영의 소설이 촉발하는 이 충돌하는 감각이야말로 지역 문학이 거듭 사유해야 할 대목이며, 서울편향주의를 여전히 내파하지 못한 지금, 이곳의 문학 장에 성찰을 촉구하는 지점일 터다. 오선영의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지역-청년-여성의 문제를 부단히 천착해갈 그의 소설이 지역 문학의 또 다른 지평을 열고 기울어진 문학 장을 벼리는 힘센 소설로 전진해 가길 기대한다.
심사위원/ 소설가 이상섭 · 문학 평론가 김경연
□ 수상 소감
∙ 소설 부문 : 오선영 소설가
얼마 전, 아이와 둘이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엄마와의 첫 여행이 마냥 즐겁기만 한 아이와 달리, 여행의 모든 일정을 책임져야 하는 저는 부담과 책임감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초행길에 운전을 잘못할까 미리 내비게이션을 켜서 동선을 살펴보고, 가기로 마음먹은 음식점이 쉬는 날일까 싶어 두 번, 세 번 홈페이지를 확인했습니다. 빠뜨린 짐은 없는지, 혹여 지갑이나 신분증을 잃어버리면 어떻게 해야 하는 지까지 상상해보며 대비하려고 했습니다.
그렇게 떠난 여행에서 제가 우려했던 일은 하나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도리어 늦가을의 햇볕이 좋은 날에 부산작가상 수상 소식까지 받을 수 있었습니다.
생각해보면 현실의 저는 이토록 겁이 많고, 주저하는 일이 많은데 제가 쓴 소설 속 인물들은 늘 저보다 한 발자국 앞서서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제가 하지 못한 말들을 하며, 저보다 많이 웃고 자주 슬퍼하고, 다시 일어섰습니다. 좀 더 다양한 얼굴과 표정으로 뚜벅뚜벅 자신의 삶을 헤쳐 나갔습니다. 그 인물들 덕분에 저는 조금 더 용기를 얻게 되고, 어딘가로 떠날 수 있는 사람이 되지 않았을까 합니다. 소설을 씀으로 인해서 이전보다 나은 사람이 되지 않았나, 괜찮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부족한 작품에 손을 들어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앞으로도 계속 쓰는 사람으로 살아도 된다고 말씀해 주신 것 같아서 많은 위로와 격려가 되었습니다. 언제나 응원해주는 가족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오랫동안, 꿋꿋하게, 오롯이 소설을 쓰는 사람으로 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