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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회 부산작가상 수상자(2021년)

페이지 정보

수상작품
시부문 : 김미령 시인 <우리가 여기에 있다는 소문> (민음사 2021.2)
심사위원명
김수우, 권정일
등록일
23-05-05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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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미령 시인 약력 

2005 서울신문≫ 신춘문예 등단 


시집 ????파도의 새로운 양상????(민음사, 2017),  ????우리가 여기에 있다는 소문????(민음사, 2021) 


 

□ 심사평 

 
 

∙ 시 부문 

 
 

이번 심사대상이 된 아홉 권의 시집을 받으면서 큰 부자가 된 느낌이었다우선 부산작가회의 시단의 성장이 저절로 감지되었다모두가 어떤 수준에 도달한 느낌을 주었고 부산작가회의 현주소를 확실하게 드러내주었다다 읽을 만하고 자부심으로 가득한 작품집 중에서 하나를 선택한다는 것은 심각한 고뇌가 될 수밖에 없었다그래서 충분히 검토하고자 촘촘히 읽으려 노력했다. 

두 심사위원은 모든 작품집에 세심히 접근한 후 각각 1, 2, 3위를 매긴 작품집을 들고 회동하기로 했다두 위원 모두 1위로 선택한 시집이 우리가 동시에 여기 있다는 소문이어서김미령 시인을 수상자로 아주 흔쾌하게 선정할 수 있었다김미령의 두 번째 시집인 우리가 동시에 여기 있다는 소문은 사물과 사유그리고 언어가 진지한 새로움을 형성하고 있었다사물과 현상의 이면들이 첩첩이 겹을 이루고 있어무수한 경계들의 팽창이 손에 닿을 듯 느껴지는 게 큰 강점이었다결코 포기하지 않는끝까지 사물 또는 상황의 현상을 따라가는 깊이의 미세함그 감성과 인식이 지속적으로 여울져 시에 대한 시인의 의지가 그대로 읽혔다감상적인 부분이 배제된 깔끔한 상상력들이 일상적인 시간과 공간을 단단하게 뒷받침하는 것도 매력이었다. 

다른 작품들도 장점이 많아 아까웠다대체적으로 현실의 틈을 디딘 삶의 갈피들이 진솔하게 다가와 감동되는 시편들이 많았다상상력에 도전적인 부분도 보였고생명의 얼룩을 따라가는과도하지 않는 충실함과 정직함이 잘 읽혔다이러한 문학적 성실함이 부산작가회의의 시단을 형성하고 있음이 믿어져 든든한 느낌이었다하지만 평이함 때문에 더 깊은 심연으로 내려가야 할 지점도 더러 눈에 띈 것도 사실이다. 

모든 시는 읽는 자에게나 쓰는 자에게나 세상을 사랑하는 방식이며 삶을 이해하는 방정식이다또한 유한의 존재가 무한에게 던지는 질문이며 응답의 방식이기도 하다시편들의 무수한 행간에서 다채로운 질문을 새기는 기회였다아홉 작가를 새롭게 만날 수 있게 한 부산작가회의에 감사드리며 수상자에게 축하를 표한다. (김수우) 

 
 

우리는(김수우권정일작가상 후보 작품집들을 모두 읽고 그중 세 권의 시집을 가려 중앙동 작가회의 사무실에서 만나기로 했다꼼꼼히 읽었고 오래 머물렀던 시집들후보 작품집 모두 치열한 시 정신과 언어를 부리는 솜씨가 남달랐음을 고백한다각자의 시집 속에 거주하는 고통고민생명의식 등을 꺼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세 권의 시집은 김미령 시인의 우리가 동시에 여기 있다는 소문과 정안나 시인의 명랑을 오래 사귄 오늘은』 과 이지윤 시인의 나는 기우뚱』 이었다우리는 쉽게 의견이 일치했다결과적으로 김미령 시인의 우리가 동시에 여기 있다는 소문을 올해의 작가상으로 선정하는 데 이견이 없었다우리의 의견을 믿었고 오래 뜸 들이지 않았다같은 시선으로 수상작을 바라보았고 놀랐고 안도했다. 

수상작 우리가 동시에 여기 있다는 소문은 단단하다세계와 사물에 대한 낯선 시선과 일상에 매몰되지 않는 집중력이 상상력과 결합하여 수위 높은 미학을 창출한다일상에서 일정한 거리를 두고 확장되는 시적 공간들발화의 거침없음과 화자와 쉽게 화해하지 않는 창의적인 발상언어들의 리듬세계를 바라보는 문제의식이 자연스럽게 깔려있어 수상작으로 선정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시인은 비논리적으로 연민하고 논리적으로 분노해야 할 것이다감정을 느끼지 않는 데 중독되지 않기를.(권정일) 


 


□ 수상 소감 

∙ 시 부문 김미령 

 
 

실감이라는 것은 항상 늦게 도착하는 것 같습니다슬픔이든 기쁨이든 어떤 감정이 제게 찾아오는 방식은 늘 그랬던 것 같아요뭉툭한 뭔가가 등을 툭 치고 지나갔는데 한참 뒤에야 좀 전에 뭐가 지나갔는데 그게 뭐였더라?”하고요가까운 사람의 부고를 받을 때도 그랬고 등단 소식을 들을 때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이번에 수상 소식을 받았을 때도 저는 잠시 멍했던 것 같습니다. “이게 뭐지내가 뭘 하긴 했었나?” 하고요. 

 
 

슬픔이나 기쁨이 조금씩 쌓여서 그것이 어떤 무게로 가슴을 압박해오거나 벅차오를 때에야 비로소 감지되는 이유가 제가 공감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닌가 생각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감정표현도 극히 단순하고 서툰 편이지요그런 성격이 시에도 드러나는데요접근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 냉담한 시들을 써 왔던 이유가 그래서인가 싶어요그 부분에 대해 고민이 많았는데 이번 시집에서는 달라지고 싶었습니다그렇다고 다정다감한 시를 썼다는 것은 아니지만 저를 둘러싸고 있던 울타리를 걷어내고 싶었다고 할까요. ‘와의 거리를 최대한 유지하면서 제가 저를 무화시켜가는 과정에서 발견한 외부의 풍경그 속에서 관찰한 크고 작은 움직임들을 멀리서 관조하면서 스케치하듯이 담담하게 그려나가려고 했습니다외부를 향해 지속적으로 자아를 개방시켜보고자 한 제 의도가 이번 시집에서 읽혀지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번 부산작가상은 이러한 제 노력에 대한 결실인 것 같아 스스로도 보람되고 감사한 마음입니다제 시집을 긍정적으로 읽어주시고 저의 쓰는 삶이 계속될 수 있도록 불쏘시개를 던져주신 심사위원께도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모쪼록 모두 건강하게 어려운 시기를 잘 건너서 일상을 빨리 회복하고 읽고 쓰는 일과 그것을 다함께 나누는 일도 좀 더 원활해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고맙습니다. 


 


 

김미령·임성용·권유리야 ‘제21회 부산작가상’ 수상 - 부산일보 (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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