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회 부산작가상 다원 부문 수상자(2024년)
페이지 정보
- 수상작품
- 김종광 『스탄차의 밤』
- 심사위원명
- 정광모, 황선열
- 등록일
- 24-11-29
본문
* 김종광 평론가 약력
1976년 김해 출생
부산대, 동아대 대학 강사
경남외국어고등학교 국어 교사
2014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평론 등단
2024년 첫 평론집 『스탄차의 밤』발간
* 심사평
올해 다원부문에 작품을 내신 회원 분들은 모두 일곱 분이었습니다. 평론집 세 권, 번역소설 한 권, 산문집 한 권, 연구서 한 권, 평전 한 권이었습니다. 이 중에서 부산작가상 내부 규정에 따라서 등단 25년 회원의 작품은 제외하고 심사대상으로 오른 작품은 폴 윤 저/황은덕 번역소설집 『스노울 헌터스』(산지니 2024. 7), 김종광 평론집 『스탄차의 밤』 (신생 2024. 7), 김수원 평론집 『아무것도 아닐 경우』(호밀밭 2024. 8) 세 권이었습니다. 세 권의 작품이 모두 제 각각 작품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진 작품이라 어느 작품이 부산작가상을 받더라도 손색이 없다는 점에서 심사위원 두 사람의 의견이 일치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분만 선정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라 작품을 꼼꼼하게 읽고 논의를 한 결과 한 권의 작품을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먼저 논의 대상이 되었던 작품집은 폴 윤 저/황은덕 번역소설집 ????스노우 헌터스????였습니다. 이 번역 소설은 단순한 번역이 아니고 최인훈의 『광장』과 비교해서 제3국으로 간 전쟁포로의 구체적인 삶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한국전쟁이라는 현대 한국사의 변곡점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을 보여주는 작품을 주체적으로 선택한 점에서 한국 전쟁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했습니다. 무엇보다 원작이 시적 문체로 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원작의 문맥을 살리려고 애썼다는 점이 돋보였습니다. 한국 전쟁에 대한 체험이 제3세계로 떠나는 주인공의 잔잔한 회고로 드러나고 있다는 점도 색다르게 다가왔습니다. 전쟁의 상흔을 드러내기 보다는 제3세계로 떠나는 주인공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 그곳에서 적응해가는 삶의 여정 속에 고스란히 녹아들고 있어서 좋았습니다.
다만 이 번역소설은 번역의 질적인 부분을 평하기에는 여러 어려운 점이 있었습니다. 원작의 문체를 살리려고 애쓰다보니 우리말의 어법에 따른 번역이 잘 되지 않은 점이 있었습니다. 직역은 원작을 그대로 살리는 데는 의미가 있지만 문장의 어법이 다르고 문맥이 다르고 어휘가 다른 언어권의 독자들에게는 우리말의 어법과 문맥, 어휘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외국문학이 한국문학의 접점에서 만나는 것은 번역자의 선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에서 약간의 까탈을 부려봅니다.
두 번째로 논의 대상이 된 작품은 김수원 평론집 ????아무것도 아닐 경우????입니다. 이 평론집은 부산의 모더니즘 시를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우선 호감이 갔습니다. 부산 지역의 모더니즘 시인에 주목해서 일관되게 평가하고 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평론의 기준점이 잡혀 있으며 대중적인 언어로 서술하고 있고, 부산 민예총 기관지에 연재했던 글들이라 지역이라는 범주 안에서 논의되었다는 점도 의미가 있었습니다. 서술하는 문체도 밀도가 있으며 가독성이 좋다는 점도 돋보였습니다. 일반적인 시 평론집이 시집 한 권 분량이거나 적어도 몇 편의 시를 놓고 시의 의미를 도출하고 있지만 이 평론집은 시 한 편으로 의미를 끌어내고 있어서 한 편 한 편의 시를 감상하는 데는 의미가 있는 작품집이었습니다. 시 한 편의 꼼꼼한 분석이 시 전체를 읽어내는데 바탕이 된다는 점에서 이 평론집은 분명한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다만 시학의 일반론을 적용하지 않은 감상평 위주로 서술하고 있으며, 시를 선택하는 범위가 좁고, 총체적인 관점이 부족한 것이 흠결이었습니다. 평론은 주관적 인상비평으로부터 출발하지만 그 심층에는 시의 이론이 필요하며 더 나아가서는 사회적, 문화적, 정신적, 정치적 의미까지도 분석 대상이 되어야 합니다. 인상주의 비평은 논리의 허점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좀 더 심도 있는 작품 분석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수상작으로 결정한 김종광 평론집 ????스탄차의 밤????은 문예미학과 시학에 대한 일반론이 있어서 좋았습니다. 문학이라는 전체 장르 속에서 작품을 논의하고 있어서 장르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었습니다. 최근의 문예이론을 적용하여 작품 하나의 의미를 도출하기 보다는 총체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는 점이 돋보였습니다. 문학 평론이 가진 특징인 다원적 각도의 작품 분석이 다른 평론집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점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작품을 분석하는데 들이는 공력이 작품의 행간을 끌어오는데 그치지 않고 그 행간의 의미를 끌어내는 시선이 돋보였다는 점입니다. 특정 문예이론이 날 것으로 적용되지 않고, 문예 미학의 논리에 스며들고 있었습니다.
다만, 이 평론집에는 시의성을 벗어난 작품들이 있어서 신선도가 떨어지는 면이 있고, 장르의 경계를 넘어서 시집과 소설작품까지 섞어 분석한 점이 외려 산만하게 보일 수도 있었습니다. 문예의 일반론이 지나치게 확장되어서 논리의 결이 거칠어지고 있다는 점도 지적할 수 있었습니다. 부산작가상의 영예를 안고 더 나아갈 가능성이 있으리라 생각하면서 수상작으로 결정합니다. 수상자에게는 축하를 보내고 심사대상이 된 작가들에게는 격려의 말씀을 올립니다.
심사위원: 정광모 소설가, 황선열 문학평론가
* 수상 소감
그녀 오리라, 깊은 밤을 갈라놓은 한 줄기 전율은 짙은 외침이었다. 20년 전 고요한 심야 시간 들판에 내리꽂히던 번개를 직관했던 순진한 감동이, 오늘에서야 다시 시를 그리는 애잔함으로 되돌아왔다. 시가 숨결이 되고 삶의 호흡된다는 단상과 굳은살 박인 한 편의 이야기가 이 한 걸음의 울림을 곧추세운다는 심정으로 내일의 문학과도 만나고 싶다.
우선 의구스러운 편린들을 의젓한 글로 보아 주신심사위원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언제나 건강한 웃음과 담소를 담아 글쓰는 기운을 북돋아 주시는 선후배 동료와 은사님께 이 수상의 영광을 돌리고 싶다. 사는 날의 후원에 고요한 달빛이 마르지 않도록 언제나 바라봐 주시는 부모님, 그리고 아내와 아들에게 사랑을 전한다. 끝으로 다시 찾아온 오늘 밤에게 기쁜 인사를 나누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