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 정보
- 저자/책명
- 강문출/ 거미백합
- 출판사/년도
- 한국문연/2024
본문
책 소개
강문출 시세계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사활을 건 고슴도치와 닮아 있다. 이번 시집에서는 시적 대상의 목소리를 수신하기 위해 초감각의 안테나를 곤두세운 시인의 기척이 감지된다. 강문출 시가 상주하는 각 방에선 시인이 탐색하는 물의 유전자들이 유영하고 있다. 시인은 상선약수(上善若水)의 순리에서 감각의 유전자를 추출해 낸 것이 분명하다. 일상의 가장자리나 사각지대에서도 유연한 물의 화법을 구사한다. 물의 유전자는 미학적 일상성의 다양한 속성들을 연민하고 성찰하는 데 일조한다.
또한 이번 시집은 시의 방향성에 구속되지 않는 탈획일화를 추구한다. 억압된 무의식이나 정체된 자아를 깨고 나오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는다. 이를 전제로 확장되는 강문출 시와 마주하면 기꺼이 몸을 낮춘 민낯의 자아가 타자에게로 스며드는 공감의식을 발견하게 된다. 자기 존재 가능성에서 출발한 공감의 정서는 타인에게로 스미거나 타인을 이끌어 내는 유동적 의지로 작품 전면을 지배한다. 빈방이 없어도 언제든 빈방이 생겨나는 ‘힐베르트무한호텔’의 역설처럼, 강문출 시의 내면 사유와 서사적 진술은 채워지면 비워지고, 비워지면 다시 채워지는 범속한 삶을 통해 미학적 일상성을 구축하고 있다. 내적 승화에 집중하는 60여 편의 시들은 연민과 성찰의 곡진한 일상성에 여백을 달아낸 감성 이미지의 방을 무한으로 제공한다.
* 출처 : 예스24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36904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