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 정보
- 저자/책명
- 이윤길/흰점무늬파란바다물뱀
- 출판사/년도
- 신생/25. 11. 30.
본문
책 소개
선장 출신인 이윤길 시인의 해양시집『흰점무늬파란바다물뱀』에서 붉은색은 인간의 운명을 상징하는 핵심적인 색채로 작동한다. 그것은 인간이 지닌 삶의 유한성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순간, 혹은 유한한 존재가 스스로의 의미를 끊임없이 탐색하는 장면에서 더욱 선명해진다. 붉은 기운이 수평선의 경계를 넘어 천상계와 해수면을 가르는 구획을 지워버릴 때, 그 색은 단순한 감정의 진동이 아니라 존재론적 질문의 확장으로 번져 나간다.
이러한 붉은 확산은 욕망이 이끄는 평면적 이동과는 전혀 다른 움직임이다. 욕망은 늘 수평선 가까이를 맴돌며 배의 침로를 흔들지만, 붉은빛은 그 선을 넘어 위로 치솟을 여지를 남긴다. 파도 아래 잠들어 있던 가능성이 수직으로 떠오르는 찰나, 존재는 잠시나마 제 한계를 넘어서려 한다. 그 순간은 마치 오랜 항해 중, 갑자기 시야를 열어젖히는 새벽의 붉은 파도와도 닮아 있다.
따라서 『흰점무늬파란바다물뱀』을 지탱하는 두 축 중 하나가 인간의 탐욕을 바라보는 차갑고도 현실적인 시선이라면, 다른 한 축은 붉은빛으로 표상되는 유한한 삶의 의미 탐색이다. 이 두 축이 교차하는 자리에서 작품은 깊은 바다골처럼 어둡고, 때로는 맑은 해풍처럼 투명한 질문을 던진다. 바다를 오래 건넌 자만이 아는 침묵과 고독, 그리고 그 속에서 반짝이는 한 줄기 가능성을 함께 품고서.
* 출처 : 예스24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6821316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