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 정보
- 저자/책명
- 이병순/태안선
- 출판사/년도
- 문이당/2024년 6월
본문
1930년대 '경성미술구락부'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골동품 경매와 소장자들의 심리상태를 묘사한 『죽림한풍을 찾아서』를 출간한 지 3년 만에 이병순 작가의 두 번째 장편소설 『태안선』이 출간되었다. 이 작품의 주 무대인 서해안은 고려 시대 개경을 중심으로 강진이나 부안 등에서 도자기나 곡물을 싣고 개경까지 가려면 태안이나 안흥량을 거쳐야 한다. 당시에도 서해안은 물길이 거세기로 소문난 곳이 많아 이곳을 오가는 무역선들이 많이 침몰하였다.
할아버지가 선단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운을 떼기 시작하면 나는 할아버지 앞에 바짝 붙어 앉아 눈을 반짝였다. ‘그때나 지금이나 뱃길은 똑 같아야. 인천까지 가자면 위험해도 그 길 말고 가는 길은 없응께. 모진 비바람만 없으면 백금포에서 인천까지 무사히 가. 울돌목이 문제랑께? 명량 울돌목에서 갑재기 물살이 거꾸로 돈다 이말이여. 까딱하면 배가 뒤집혀져부러. 신안 안좌도, 목포 달리도, 무안 도리포를 지나고 군산 비안도나 야미도, 십이동파도에 오면 또 한 번 뒤집혀져분단 말여. 강진에서 인천까지 피항지는 스무 곳쯤 돼야. 파도가 제일 무서운 디가 어디냐면 군산하고 태안이여. 군산이나 태안 앞바다를 지나다가 갑재기 물속으로 가라앉는 배를 한두 번 본 게 아니여. 참말로 물귀신이 확 끌어가는 것 같당께.’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