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 정보
- 저자/책명
- 박춘석/분자적 새
- 출판사/년도
- 한국문연/2024,09
본문
박춘석 시인은 세계와 인간, 삶과 인생에 대해 철학적으로 탐구하면서 시적 사유를 통해 시적 공간을 구축하는 시인이다. 이번 시집 또한 예외가 아닌데, 세계의 구조라든가 그 운행의 원리, 그리고 그 속에서의 인간의 의식의 운동이라든가 인간의 행동 양태의 생성과 변화의 다양한 법칙 등에 대한 시적 사유가 깊이 있게 전개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박춘석 시인의 시적 세계는 어떤 사건이라든가 사물에서 촉발되는 정동의 방향이나 강도 등을 문제 삼는 이른바 서정시라는 양식의 범주와는 차이를 지닌다.
주목되는 점은 시인이 구축한 독특한 시적 양식이라고 할 만한데, 시인은 오래전에 세계의 구조와 이치, 그리고 처세의 법칙에 대한 자신의 사색적 결과를 독특한 양식으로 담아낸 장자와 유사하게 알레고리의 형식을 통해서 시적 공간을 질서화하고 있다. 그러니까 상상을 통해서 구체적인 서사를 구축하고 그러한 서사를 통해서 추상적인 관념을 표현하려고 하는 시도가 박춘석 시인의 시적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시인은 상상을 통해서 우화와 같은 이야기를 완성하는데, 이러한 우화를 통해서 시인은 도덕이나 윤리적 덕목을 선전하거나 종교적인 가치를 강조하는 대신 우리의 세계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으며, 그 세계 속에서 사건과 운동을 규정하는 인자들은 어떤 것들이 있으며, 그것들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드러내려고 한다. 그러한 점에서 박춘석 시인의 시적 특징은 철학적 알레고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