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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 정보

저자/책명
강동수/ 공 마에의 한국 비망록
출판사/년도
강/2024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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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강동수의 소설은 대개 전지와 객관의 교차를 통하여 작가와 인물 사이의 아이러니를 효과적으로 불러일으키는 서술을 구사한다. 「편의점은 살아 있다」는 그동안 편의점을 매개로 사회학적 접근을 시도한 소위 ‘편의점 소설’과 다른 실험적인 시점을 선택하고 있다. 감시를 목적으로 설치한 CCTV를 관찰의 시점으로 전도하는데 이는 단지 의인화에 그치지 않는다. 영화에서 카메라의 눈이 감독의 것이듯이 이 소설에서 ‘오버워처 2호’는 관찰이자 작가 전지가 섞이는 시점이다. 다시 말해서 실제 전지적 서술이나 장치에 의한 관찰이라는 객관의 효과를 불러오고 있다. 가능한 현실을 보이는 대로 제시하려는 의도의 반영이다. 이는 실질적인 관리와 감시의 주체인 ‘사십대 후반의 점장’을 관찰의 대상으로 포함하는 시선의 전도에서 극명하게 나타난다.

그러니까 편의점을 구성하는 사물과 인간뿐만 아니라 편의점을 드나드는 사람들과 그 주변의 행인과 군중, 심지어 고양이까지 서술의 대상이 된다. 하루 동안에 편의점을 매개로 등장하는 사람들만으로도 세상의 일들을 알기에 부족함이 없다. 여기에다 지난 탄핵 국면 정국의 거리 사정을 배경으로 한다. 새벽 두시 넘어 담배를 사러 온 회사원을 시작으로, 아침으로 삼각김밥을 먹는 오피스텔에서 경리 겸 사환으로 일하는 소녀, 오후에 떼를 지어 나타나는 태극기 노인들, 저녁에 몰려드는 LED 촛불을 든 청년들, 택배 기사, 학원에서 단과 강의를 듣는 고교생들, 사무용 건물에서 쏟아져 나온 젊은 남녀들, 학원을 파한 한 떼의 고등학생들, 술 취한 진상들, 대리운전 기사 등 새벽부터 낮을 거쳐 저녁을 지나서 밤이 늦도록 편의점의 안팎에서, 젠더와 세대 그리고 계급이 다른 많은 사람의 부서지고 휘말리며 고통으로 일그러진 표정과 사연이 전개된다. 직원이든 고객이든 거의 유동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이야기는 행위와 대화를 통해 전달되는데 “일상을 채웠던 온갖 군상들이 사라진 쓰레기통 같은 거리”라는 표현처럼 희망 없는 세계처럼 비친다. “편의점의 불빛은 꺼지지 않는다. 편의점은 살아 있다”라는 마지막 서술은 결코 낙관적이지 않다. 오히려 작가가 지닌 비관주의를 웅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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