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 정보
- 저자/책명
- 고명자 시집 [나무되기 연습]
- 출판사/년도
- (걷는사람 2023. 12.)
본문
책소개
2005년 《시와 정신》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고명자 시인의 세 번째 시집 『나무 되기 연습』이 걷는사람 시인선 103번째 작품으로 출간되었다. 대담한 상상력과 짙은 호소력 담긴 고명자의 시는 이번 시집에서 더욱 밀도 있게, 리드미컬하게 독자들의 시선을 가로챈다. 평화는 없고 폭력과 착취가 남발하던 스무 살 무렵 여공 시절의 날을 ‘처녀들의 난’이라는 제하(題下)에 팽팽한 긴장감으로 그려내는가 하면, 자연에 깃들어 생동하는 삶과 죽음의 내연관계를 예리하게 포착해내기도 한다. 고명자는 “독하게 붙어사는”(「장미의 방향」) 존재들의 강인한 활력에 주목하며, ‘가시’를 넘어 ‘환부’를 넘어 봄물 터지는 ‘춤’의 세계로 가겠다고 다짐한다. 그리하여 이 시집 속에서 “휩쓸리면서 함께 휩쓸려 헤쳐 나가는”(「야야, 자갈치 가자」) 자갈치 아지매들의 목소리는 파도 소리마냥 쟁쟁하고, “걷잡을 수 없는 처녀들아/그래,우리 춤추러 가자”(「처녀들의 난 2」) 노래하는 청춘은 비릿한 초록빛으로 우리를 이끈다. 세상의 격랑을 다 받아내겠다는 호기로움이 펄떡 살아 숨 쉬며, 고통조차도 활기로 충만하다. 특히 「야야, 자갈치 가자」에서 “없는 바다 없고/없는 나라 없어”라고 하며, ‘베트남 필리핀 인도 몽골 키르기스스탄’에서 온 이주 여성 노동자의 모습을 표착하는 부분에서는 어떤 해방감마저 느껴진다. 정치인도 대통령도 허물지 못하는 국경을 저 의연한 ‘자갈치 아지매’들이 몸으로, 삶으로 허물어 가는 장면은 얼마나 통쾌한가. 얼마나 장엄한가.
우리는 또 이 시집에 놓인 개개 여성의 서사에 주목하게 된다. 평화시장 노동자들을 위해 국수를 삶은 어머니(「국수 2」)가 있고, 일생을 무명실 꾸러미같이 굴러왔다는 김순분 할머니(「김순분 할머니」)가 있고, “내일이라는 수렁”은 모르던 처녀들(「처녀들의 난 3」)이 있었기에 지금의 ‘나’ 그리고 ‘우리’가 존재할 수 있다는 생각.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연약한 존재에게도 결코 버릴 수 없는 삶의 열망과 고투는 숨어 있다는 자각, “금지를 모르는 상승과 분출과 도약하는 정념”(이명원 문학평론가)이 바로 고명자의 시가 가진 미학이라 할 것이다.
시집 곳곳에는 스프링처럼 탄성 가득한 몸짓, 유연하고 흥겨운 목소리, 슬픔을 넘어선 명랑한 태도가 펼쳐져 있다. 추천사를 쓴 김사이 시인은 이 시집에 대해 “생채기투성이임에도 “내버릴 것 하나 없고, 내버리기 너무 아까워”(「배춧잎 문장」) 삶에 대한 애착을 놓지 않은 시는 애틋하고, 그래서 더 인간적이다.”라고 표현한다.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