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 정보
- 저자/책명
- 이정임 산문집 <산타가 쉬는 집>
- 출판사/년도
- (호밀밭)2018.12.25.
본문
출판사서평
●당신의 산타는 누구인가요?
당신은 누구의 산타인가요?
크리스마스, 저자는 30년 가까이 운영한 엄마의 세탁소 문을 연다. 가게 한편에 놓인 여러 종류의 비닐봉투가 눈에 들어온다. 엄마는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거라며 깔깔댄다. 비닐을 열어본다. 검은 비닐에는 삼겹살이 들어있다. 평소 폐지나 깡통을 모아두었다가 고물 줍는 노부부에게 주곤 했는데 그들이 새해 선물이라며 답례했단다. 또 다른 하얀 봉지에는 사과 두 알과 포도주 한 병이 있다. 뇌졸중으로 쓰러졌던 뒷집 할머니가 엄마에게 같이 건강해지자며 격려의 선물로 줬단다. 자주 놀러오는 아줌마가 준 각종 반찬과 김장김치 한 통, 호박 등속의 채소도 있다. 와, 엄마의 산타는 여러 명이구나! 저자는 감탄한다.
엄마의 가게에서 소박한 음식을 나눠먹으며 크고 작은 불행에 대해 위로를 나눈 이들을, 저자는 산타라 부른다. 엄마 역시 그들 입장에서는 산타였다. 전구 장식 하나 없는 가게가 반짝반짝 빛나던 밤. 가게는 산타들로 가득하고 저자는 따스한 눈길로 그들을 바라본다.
●겨울밤, 이정임 소설가가
이 세상 모든 산타들에게 건네는 따스한 안부
추운 세상이다. 모두가 일정 부분 외롭고, 모두가 일정 부분 우울하다. 우리는 매일 어디선가 산타가 나타나길 바라고 한편으로는 작은 마음을 보태 누군가에게 산타가 되며 살아간다. 저자의 말처럼, “산타가 ‘간절히 꿈꾸던 것, 필요한 것을 주는 사람’이라고 한다면 서로의 ‘일탈’을 지켜봐 주던 그날의 우리 모두는 산타일지 모른다. 지금, 여기, 우리 모두, 누군가의 산타다. 만원 버스에서 가방을 들어주는 아줌마, 길고양이 밥을 챙겨주는 청년, 늙은 강아지를 등에 업고 폐지를 수거하는 노인까지 우리는 누군가에게 잠깐의 산타다. 이 산타들이 일을 마치고 돌아가 쉬는 집은 아주 아늑하고 편안한 곳이면 좋겠다.”
<산타가 쉬는 집>은 소설가 이정임이 등단 이후 10년 동안 여러 매체에 발표했던 산문들을 다시 주제별로 정성스레 묶은 책이다. 저자는 이 책을 다듬으며, 주변의 시시콜콜한 일상에서 느끼는 단상부터 가족들을 바라보는 내밀한 감정과 사회에 대한 이야기까지 그동안 많은 것들을 관찰하고 느꼈으며 무엇보다 써오며 살았음을 확인했다. 따뜻한 감사의 마음은 저자의 마지막 인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폐지 줍는 노인 부부를 돕던 저자의 엄마는 지금 요양병원에서 침대에 누운 채 콧줄 식사를 하고 있다. 내 인생에 가장 소중한 산타, 엄마가 쉬는 곳이 집이 아니라 병원인 것이 아쉽고 죄송하다. 내 가족이, 내 산타들이 조금만 더 행복해지면 좋겠다. 겨울밤, 따뜻한 이불 속에서 귤 까먹는 소소한 재미. 이 책이 당신에게 그만큼의 재미를 줄 수 있을까. 내가 당신의 산타가 될 수 있길, 당신이 내게 산타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