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 정보
- 저자/책명
- 장이소/사탕 막대로 이루어진 막대사탕
- 출판사/년도
- 여우난골/25. 12. 15.
본문
책 소개
언어의 순환과 변주를 통해 일상을 재발견하는 시적 실험
시인수첩에서 장이소 시인의 신작 시집 『사탕 막대로 이루어진 막대사탕』이 (시인수첩 시인선 102번째)로 출간되었다. 이번 시집은 총 4부 구성으로 52편의 시와 산문 「자주는 자주를 만나」를 수록하고 있으며, 언어의 해체와 재구성을 통해 일상적 사물들을 새롭게 바라보는 독특한 시 세계를 선보인다. 표제작 「사탕 막대로 이루어진 막대사탕」이 보여주는 순환적 구조는 시집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모티프다. “사탕 / 막대로 / 이루어진 / 막대 / 사탕”으로 해체되고 재조합되는 언어는 단순한 말놀이를 넘어 존재와 인식, 주체와 객체의 관계를 탐구하는 철학적 도구가 된다.
시집 시인의 말에서 장이소 시인은 “막대 하나가 손안에 들어와… 네 손을 잡고 가”라고 말한다. 이는 시인과 독자가 함께 걸어가는 시적 여정에 대한 초대이자, 언어라는 ‘막대’를 함께 잡고 가자는 제안이다. 시인은 산문에서 “내 시에 옹알이가 많은 것 같다. 말을 배워 시를 쓰는 것이 아니라 나는 시를 쓰고부터 말을 다시 배우게 된다.”라고 고백한다. 이는 시 쓰기가 언어를 새롭게 발견하고 재창조하는 과정임을 보여준다.
1부는 「간판에 걸려 있어」로 시작하여 일상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순간들을 포착한다. 두부, 공놀이, 바나나 등 평범한 사물들이 시적 사유의 매개체가 되어 새로운 의미를 획득한다. 특히 「두부의」에서는 “두부를 팔았다 한때 정신을 팔듯이”라는 표현으로 일상과 존재의 문제를 연결하며 일상 사물의 재발견을 보여준다. 2부에서는 「달 사람」, 「정거장엔 꼭 나무가 있었으면 해」 등을 통해 공간과 시간에 대한 사유를 전개한다. “30m의 거리에 5m마다 나무를 심으려면 몇 그루의 나무를 심어야 할까?”라는 수학적 질문으로 시작하는 「정거장엔 꼭 나무가 있었으면 해」는 계산과 실제 경험의 차이를 통해 삶의 아이러니를 포착한다. 3부는 언어 실험이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으로, 「안개」, 「토마토를 연습하는 사과」 등에서 동음이의어와 언어유희가 절정에 달한다. 「먼지」에서는 띄어쓰기를 활용한 시각적 실험을, 「풀 그리는 법」에서는 그림 그리기와 시 쓰기의 경계를 탐색한다. 4부는 ‘자주’ 연작이 집중적으로 배치되어 있다. 「자주-time after time」, 「자주-지루한 사랑」, 「자주-自做」 등을 통해 같은 소리를 가진 다른 의미들이 어떻게 서로를 비추고 확장하는지 보여준다.
『사탕 막대로 이루어진 막대사탕』은 한국 현대시의 언어 실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독자적인 시 세계를 구축한다. 동음이의어와 언어유희를 통한 의미의 확장, 일상 사물을 통한 철학적 사유, 형식 실험을 통한 새로운 읽기의 제안 등은 이 시집이 보여주는 중요한 성취다.
특히 ‘이해’에 대한 시인의 독특한 관점 “이해되지 않지만 이해하기로 했을 때 그건 아무 일 아닌 게 된다”라는 난해한 시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한다. 이해의 불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그 자체를 수용하는 태도는 현대시 읽기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다. 장이소 시인은 언어를 ‘막대사탕’처럼 입에 넣고 천천히 녹여가며 그 달콤함과 쓴맛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독자들은 이 시집을 통해 언어의 새로운 가능성과 일상의 숨은 의미를 발견하는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산문 「자주는 자주를 만나」에서 시인은 자신의 창작론을 밝힌다 “시는 재발견이고 삶은 모르는 것. 그래서 자주, 자주에 들어가는 것이고 자주하는 것이니까.”, “이해한다는 건 자신만이 그 길을 가는 것이다. 돌아간다 해도 앞으로 걷는 것처럼, 반복해도 반복되지 않는, 따라 해도 따라가지지 않는 자신만의 길일 것이다.” 이는 시 읽기가 정답을 찾는 과정이 아니라 각자의 방식으로 의미를 발견해 가는 여정임을 시사한다.
* 출처 : 예스24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6847835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