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4회 시민과 함께 하는 문학 톡! 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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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6-05-22본문
시민과 함께하는 문학 톡! 톡! 134 조갑상 소설가 - YouTube
후기
시민과 함께하는 문학 톡톡 제의를 받고 처음엔 망설였다. 나이 들어 귀한 자리에 앉는 게 조심스러웠던 것인데 마음 한편에선 다시는 기회가 없을거라는 소리도 들렸다. 그러고 나서 <골목독서회>분들과 같이 이야기를 나눈다는 소식을 듣고는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했다. 이분들이 활동하는 김해 <생가-골목독서회>와는 졸작 『밤의 눈』부터 『보이지 않는 숲』 까지 몇 차례 인연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김해경전철 연지역에 내려 큰길 따라 한참 가다 주택가 단정한 골목길에 자리한 인문책방 <생의 한가운데서>를 만난 첫 기억이 생생하다. 『도항』(2025)은 단편집으로는 『다시 시작하는 끝』(1990)이후 35년 만의 출간이다. 등단하고 지금껏 70여편의 중단편을 단편집 다섯 권에 담았으니 부지런히 쓰지 못했음이 한눈에 드러나고 말았다. 그래도 발표가 뜸해지기 마련인 후반전에 2017년부터 2024년까지 일곱 번의 지면을 얻었음은 다행이라 여긴다. 멀리서 오신 <골목독서회>분들과 푸릇푸릇한 동인고등학교 독자들이 고마웠다. 처음에는 좌석 배치가 옆으로 나란한 탓인지 김금수선생과 한정희선생의 말이 귀에 속속 들어오지 않아 당황스러웠다가, 차츰 긴장이 풀렸다. 책 후기에도 썼듯 작품들에는 1945년 해방부터 팬데믹까지 긴 시간이 담겨있다. 단편집은 서로 다른 이야기지만 그래도 어느 기간 작가의 관심사나 작가의식을 엿볼 수 있는 일관성을 담고 있기도 하다. 표제작인 「도항」부터 이야기를 꺼낸 김 선생님은 대체로 폭넓게, 한 선생님은 좀더 구체적으로 말씀하신 듯해서 조화를 이루었다 싶다. 고등학생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저마다 자기대로 읽은 이야기를 할 때는 장내가 더 조용해지는 것 같아 기대와 호기심 너머 미래에 더 힘이 있구나 싶었다. 시대가 변하면서 이상하게만 흘러가는 교육제도에서 읽고 쓰고 토론하는 시간과 공간을 열지 않고는 경제 선진국으로 커갈지는 몰라도 정신적으로는 퇴행을 거듭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편, 학생들이 여러 소설 가운데서도 「그해 봄을 돌이키는 방법에 대해」를 자주 언급한 걸 생각해 보았다. 뒤풀이 자리에서 연애 이야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말이 나와 다들 크게 웃었지만, 나이가 세상사의 관심을 제한하지 않는 영역이 문학이라는 오래된 정답을 떠올렸다. 자신이 책을 많이 읽어 조숙해졌다는 그 작품의 주인공 말을 믿는다면, 조기교육에 목말라하는 이 세태에 <그래도 독서!> 라는 말이 여전히 유효하지 않을지. 대담 뒤에 설명주 김대원 두 분이 작품을 읽고 몇 마디 말씀을 보탰을 때, 책은 할 말을 결국 하게 하는구나, 그런 강렬한 느낌을 받았다. 문학이 무엇을 헤아려보고 속에 든 참았던 말을 하게 만든다는 오래된 진리를 다시 확인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자리가 나를 톡톡 두드리는 시간이었다는 깨달음.
소중한 자리였다. 편하게 진행을 해준 정기문선생과 집행부 선생님들, 그리고 귀한 시간을 내주신 동료 작가분들께도 인사드린다. 한결같이 술 마시기 좋은 반찬만을 내는 감나무집도 반가웠다.
-조갑상 소설가
5월 21일, 남포문고에서 조갑상 소설가의 소설집 『도항』을 초대 작품으로 한 <시민과 함께하는 문학 톡! 톡!> 134회가 열렸다. 나는 이날 토론과 진행을 맡아, 『도항』이 품고 있는 깊이와 넓이를 행사에 함께한 이들과 온전히 나누고자 하는 마음으로 자리에 임했다. 식민지 시기부터 팬데믹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시간의 스펙트럼을 아우르는 이 소설집은 다채로운 이야기들을 펼쳐 보이면서도, 작가가 오랫동안 천착해 온 근대 사회의 포섭과 배제의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도항」, 「1972년의 교육」, 「이름 석 자로 불리던 날」 등은 근대 국민국가가 포섭과 배제의 경계선을 어떻게 획정하는지, 또 그 과정에서 어떤 이들을 국민으로 살아가게 하고 어떤 이들을 비국민으로 밀어내 죽음으로 내모는지를 구체적으로 형상화하고 있었다. 시민 대담을 맡은 김금수 님과 한정희 님은 작품 속에 담긴 아픈 역사와 새롭게 마주한 진실, 그리고 그 충격에 대해 이야기하며, 앞으로 우리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함께 고민해 볼 수 있는 질문들을 던져 주었다. 작품의 울림을 더욱 생생하게 전하기 위해 설명주 님은 「1972년의 교육」을 낭독했다. 군과 관련된 일을 업으로 삼아 왔던 자신의 삶과, 얼마 전 우리 사회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태들이 작품 속 장면들과 겹쳐지며 복잡한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낭독의 이유를 밝혔다. 이어 김대원 님은 「도항」을 낭독한 뒤, 일제 식민지 시기 일본에서 살다가 해방 후 귀국했던 친척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를 통해 소설 속 사건들이 결코 우리와 무관한 먼 과거의 역사가 아니라, 지금도 현재진행형의 문제일 수 있음을 환기해 주었다. 한편 나는 올해 근무하는 학교에서, 독서 경험을 타인과 나누는 과정을 통해 학생들이 함께 성장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사회적독서’ 동아리를 만들었다. 동아리 학생들은 모두 고등학교 1학년으로, 공통국어 시간에 배운 문학 감상 방법을 실제 작품 읽기에 적용하며 『도항』을 함께 읽고 이번 행사에도 참여했다. 김건후, 박가영, 이경훈, 이재준, 최원준 학생은 직접 행사에 참석해 작품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시간을 가졌다. 젊은 날의 사랑을 다루고 있는 까닭인지 학생들의 관심은 주로 「그해 봄을 돌이키는 방법에 대해」에 모였다. 자신이 열심히 읽은 작품에 대해 작가에게 직접 질문하는 자리였기 때문인지 학생들은 몹시 긴장한 모습이었다. 떨리는 목소리로 용기를 내어 질문하던 그 모습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다음 날에는 한 학생이 일부러 찾아와 “좋은 경험을 하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해 주었는데, 그 순간 큰 보람을 느꼈다. 문학이라는 언어를 통해 우리는 작품 속 인물들과 함께 웃고 울며, 같은 작품을 읽은 사람들과 서로의 감정과 생각을 나눈다. 그런 경험 속에서 우리는 조금 더 나은 존재로 성장할 수 있다고 믿는다. 문학이 존재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이유 역시 바로 그 지점에 있을 것이다. 쓰는 사람과 읽는 사람의 만남이 만들어 내는 긴장, 깨달음, 그리고 따뜻함. 이번 행사는 그 사실을 다시금 깊이 생각하게 한 시간이었다.
-정기문 문학평론가
<시민과 함꼐 하는 문학톡톡>이라니, 이름이 참 훌륭합니다. 하지만 대담자라니요? 남 앞에 나서면 온 몸에 닭살이 돋는 성향을 가진 저에게는 힘든 시간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우리 골목독서회 회원들과 함께하는 행사라 조금은 위안이 되었습니다. 행사장에 들어서니 처음 뵙는 분들이 반갑게 맞아줍니다. 조갑상 작가님이 계셔서 인사를 드렸습니다. "선생님, 건강하시지요? 저번에 김해 책방 <생의 한가운데>에서 뵈었습니다.“ "아이고, 그럼요 기억하지요. 잘 오셨습니다." 하시면서 손을 잡아주셨습니다. 작가님의 따뜻한 말 한마디와 다정한 손길에 굳은 마음이 스스륵 풀렸습니다. 조갑상 작가님의 전작 <밤의 눈>은 도끼로 머리를 내리치는 충격이었습니다. 우리 지역에서 일어난 보도연맹 사건의 단편적인 지식들이 모여 하나의 큰 그림으로 완성되는 경이로운 경험을 선사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이번 책 <도항> 역시 우리의 아픈 역사적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있어 지난 독서 토론 때도 무척 뜨거운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본격적인 시민 대담에서는 함께 대담자로 참여한 정희 선생님께서 워낙 준비를 잘 해오신 덕분에 크게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자칫 딱딱해질 수 있는 분위기를 특유의 감성으로 화기애애하게 만드는 질문을 던져주셨지요. 낭독자로 나선 명주 선생님과 대원 선생님도 낭독과 소감을 훌륭하게 소화하셨습니다. 두 분의 모습이 새삼 멋져보였습니다. 멀리까지 오신 운영 선생님과 현정 선생님의 응원도 한몫 했습니다. 조갑상 작가님은 "잊혀진 사건에 관심을 갖고 묻히지 않게 비추어 주는 것이 작가의 할 일"이라고 하셨습니다. 이에 독자의 할 일에 대해 여쭈었습니다. 선생님은 "사건들을 잊지 않고 기억하며, 다양한 관점에서 봐 주는 것."이라고 답하셨습니다. 네, 열심히 읽고 기억하겠습니다. 대담을 마치고 작가님께 고맙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작가님은 "멀리서 왔는데 내가 차비라도 주어야지." 하시면서 주섬주섬 지갑을 꺼내셨습니다. "아이고, 선생님, 주최측에서 많이 주셨어요. 말씀만이라도 고맙습니다." 했습니다. 그 순수하고 정스러운 모습에 마음이 몽글해졌습니다. 이젠 진짜 작가님의 팬이 되었습니다. 행사가 끝난 뒤에는 다 함께 씨앗호떡도 먹고, 근사한 까페에서 차도 마시며 대담 후기를 나누었습니다. 독서회 회원들과 남포동 밤거리를 산책하는 호사도 누렸습니다. 김해 인문책방 <생의 한가운데> 독서모임 골목독서회의 반짝반짝 빛나는 외출이었습니다.
-김금수 시민대담자

